해석과 의미 부여 활동에 지칠 때면 나는 나의 태도를 현상론적인 것으로 바꾼다. 나를 일종의 기계로 간주하여, 나의 감각 기관에 주어지는 다채로운 현상들에 집중하고 의식적으로 이것들에 의미를 부여하는 경향을 억제하는 것이다. 이렇게 현상론적인 태도를 취하면 나 자신의 존재가 좀 더 경이롭게 느껴진다. 목 위에 두뇌를 달고 있는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인상들을 파악하고, 분류하고, 정리하고, 무시하고, 계속 하나의 생각에서 다른 생각으로 나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현상론적인 태도를 취하면 나는 나라는 경이롭고 기괴한 하나의 자연을 만난다. 사람이 파충류의 감정 없는 눈과 복잡한 문양의 피부 표면을 보며 이질감을 느끼듯, 내가 나 속에서 만나는 자연은 내가 생각하던 나와는 이질적이며 내게 두려움을 준다.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