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철학 연구 이야기

교육과 연구에 집중함

강형구 2026. 3. 29. 07:46

   나에게는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 졸업생(석사 및 박사)이라는 정체성과 자부심이 있다. 내 생각에 나의 이런 정체성과 자부심은 최신의 것이 아니라 제법 오래된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 과학사 혹은 과학철학만 하는 게 아니라, ‘과학사와 과학철학을 병행하는 사람’이라는 정체성과 자부심을 가진다는 것이다. 이를 잘 나타내는 사례가 故 송상용 교수님이고, 오늘날의 학자로는 장하석 교수님을 들 수 있다. 이 정체성은 인문대학 철학과 특히 분석철학 전공자로서의 정체성과는 다르며, 자연과학대학 내에서의 물리학 전공자의 정체성과도 다르다. 과학, 역사, 철학의 긴밀한 연계는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에서 볼 수 있는 독특한 특징이다. 이러한 전통의 정신을 유지 및 계승하는 일은 중요하다.

 

   나는 과학사와 과학철학 교육과 연구에 최대한 집중하려 한다. 이것이 가능하고 필요한 이유는 내가 속한 국립목포대학교가 아직은 그리 크지 않은 국립대학교이기 때문이다. 학교 내에서 서양철학을 전공하여 박사학위를 받은 유일한 전임교원이 나이고, 학교에서 과학사와 과학철학을 가르칠 수 있는 사람도 지금으로서는 나밖에 없다. 그래서 과학사, 과학철학, 논리학, 현대철학, 인공지능 윤리학을 모두 내가 가르치고 있다. 나로서는 이런 상황이 나쁘지 않다. 이런 다양한 과목들을 모두 가르침으로써 한쪽 전공의 관점으로만 치우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비슷한 전공을 한 전임교원이 또 있었다면 이렇게 두루 가르치지는 못할 것이다. 앞으로는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국립순천대학교와의 통합이 이루어지고 학교 규모가 커지면 학교에서 유사 전공 전임교원을 추가로 채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어쨌든, 현재로서는 이 모든 과목을 내가 가르치고 있고, 이 상황이 나로서는 나쁘지 않다고 본다.

 

   더 나아가 나는 우리 학교에 물리학 기초 교양(소양)에 해당하는 과목 역시 추가로 개설할 필요도 있다고 생각한다. 수학, 화학, 생명과학의 경우에는 그와 같은 과목이 이미 개설되어 있지만 현재로서는 물리학만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될 경우, 담당해야 하는 교과목이 하나 더 늘어나는 셈이다. 이상과 같은 상황을 생각해 보면, 교육에만 집중해도 시간과 에너지가 모자랄 판이다. 다른 부차적인 일들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다. 특히 나는 학교 내에서 보직을 맡고 높은 지위에 오르고자 하는 욕심을 전혀 갖고 있지 않으며, 교육과 연구에 철저히 집중하는 게 마음도 편하고 그게 그냥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라고도 생각한다. ~원장, ~처장, ~센터장 등과 같은 보직은 될 수 있는 한 맡고 싶지 않다. 나는 그냥 과학사, 과학철학 교육과 연구에 집중하고 몰두하는 삶을 살고 싶다.

 

   5월에 범한철학회 학술대회 발표, 7월 초에 한국과학철학회 학술대회 발표, 7월 22일-24일 APSA(싱가포르) 컨퍼런스 발표가 있고, 아직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으나 올해 여름에도 한국과학교육학회 학술대회가 있을 것이며 발표를 신청할 것이다. 올해 가을에 열리는 철학 학술대회에서도 발표를 신청할 것이다. 올해도 내게 세종도서 심사 의뢰(교양 부문 기초과학)가 들어올지 모르고, 대한민국 인재상을 심사하게 될 가능성이 높으며, PSAT 문제 출제 및 검토도 계속해서 하게 될 것 같다. 그야말로 끊임없이 일정이 이어지는 셈. 이런 과정에서 나에게 무엇이 정말 중요하고 무엇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지를 분명히 파악하고 식별해야 한다. 나에게는 단연코 교육과 연구가 제1순위이다.

 

   100-30-5. 100편의 논문을 쓰고, 30권의 책을 번역하고, 5권의 책을 집필하자는 것. 이 목표를 달성한다면 나는 과학철학자로서 나의 역할을 다했음을 스스로 인정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목표는 결코 달성하기 쉬운 목표가 아니다. 정신 똑바로 차리고 내게 남은 20년 남짓의 시간을 알차게 잘 보내야지만 겨우 달성할 수 있는 목표다. 그러므로 더더욱 교육과 연구에 집중하려 한다. 다른 부수적인 일들에 정신을 뺏기면 안 된다.

'과학철학 연구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논문 쓰기의 고통과 즐거움  (0) 2026.05.07
흔들림이 없는 사람  (0) 2026.04.05
두려워하지 않고 연구함  (0) 2026.03.04
뒤늦게 찾은 비트겐슈타인  (0) 2026.02.18
이런 사례도 있다  (0) 2026.0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