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야기

얽매이지 않는 삶

강형구 2024. 10. 23. 08:42

   나는 나 자신을 자유롭고 독립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가족이고, 나의 정체성이다. 나의 아내와 세 아이는 내가 목숨을 걸고 이 세상에서 지켜야 하는 존재다. 나의 정체성은 과학철학 연구자로서, 나는 과학철학 연구로 학사,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나는 과학철학 연구자라는 정체성을 근거로 사회적인 인정을 받으며 활동하고 있으며, 이런 사회적 활동이 사회 속에서 내 가족을 지킬 수 있게 해 준다. 본질적인 측면에서 보았을 때 나에게는 내 가족과 내 정체성 이외에 버리지 못할 정도로 중요한 것이 없다. 그것은 곧 그것 말고 다른 것들은 그냥 쉽게 웃어넘길 수 있다는 얘기다.

 

   비록 정년 트랙 교수이긴 하지만 정년 보장을 받지는 않은 상황이므로, 나는 스스로 6년 계약한 계약직 교수라 생각한다. 집착하고 안주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 세상은 실력으로 인정을 받는 곳이다. 과학철학을 연구하고 가르치는 제대로 된 실력이 있다면, 언제 어디서든 세상은 나를 원할 것이고 그런 점에서 나는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과학철학 연구와 교육이라는 내 정체성과 연결되어 있는 본질적인 것에 집중하고, 다른 불필요한 것들에는 집착하지 않을 것이다. 물론 나는 내가 소속된 기관에서 요구하는 공식적인 업무들을 충실히 수행할 것이다. 그건 기본 중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나의 공식적인 의무를 행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에서 나는 당당하게 나의 목소리를 내려 한다. 나의 여러 개인적인 취향을 적극적으로 긍정하자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나는 음식을 가리지 않지만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에는 크게 관심이 없다. 나는 옷에도 별로 관심이 없어, 그냥 되는 대로 입고 다닌다. 스포츠에도 큰 관심이 없다. 어린 학생일 때 야구에 잠시 관심을 가진 적이 있으나, 성인이 된 이후로는 매년 야구가 언제 시작하는지 누가 우승팀인지조차 잘 모른다. 음악을 좋아하지만, 이에 관해 과도하게 집착하지도 않는다. 그냥 유튜브에서 쉽게 찾아서 들을 수 있는 음악을 듣는다. 딱 그 정도다.

 

   그런데 나는 게임은 좋아한다. 나는 닌텐도 스위치 게임기를 즐겨 사용한다. 특히 자유도가 높은 오픈 월드 게임을 좋아한다. 그렇다고 게임에 광적으로 집착하는 건 아니다. 딱히 할 일이 없을 때 나는 오픈 월드 게임을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그 가상적 세계를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여유를 만끽하는 셈이다. 내가 게임을 하면서 즐기는 점은 어떤 박진감과 짜릿함이 아니라 할 일 없이 그냥 돌아다니며 여유를 즐기는 것이다. 아마도 그런 점이 게임을 즐기는 다른 많은 사람과 내가 다소 다른 부분이겠다. 게임 속 세계에서 자연 풍경을 바라보거나 별 이유 없이 동물들을 쫓아가는 것이 내가 주로 하는 일이다.

 

   내가 나의 목소리를 내는 것처럼, 나는 기본적으로 나 이외의 타인들을 존중한다. 타인에게 늘 기본적인 예의를 지키려 한다. 나는 타인에게 별로 관심을 가지지 않으려 하는데, 그건 내가 다른 사람에게 인간적인 애정을 느끼지 않아서가 아니라 과도한 관심을 가지는 것이 일종의 선을 넘어서는 행위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는 어떤 사람이라도 그 사람이 존중할 만한 가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대하려 한다. 나는 그 사람의 취향과 특성을 존중하며, 나의 가치관이나 관점을 강요하지 않는다. 그건 어떤 의미에서는 그 사람을 구체적으로는 잘 모른다는 것을 뜻하며, 생각해 보면 굳이 그렇게 알 필요도 없다.

 

   종합해 보면, 결국 나에게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이 중요하지 않은지를 분명하게 식별할 때 얽매이지 않은 삶을 살 수 있다. 나에게는 내 가족과 내 정체성이 가장 중요하며, 그런 가장 중요한 걸 확실하게 붙들고 있으면 다른 부수적인 것들에 의해서 휘둘리지 않게 된다. 기본적으로 사람은 자기의 삶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고 이에 관심을 가지지만, 타인의 삶에 진지한 관심을 가지고 이를 공정하게 평가하려 하지는 않는다. 이를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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