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야기

평균의 위안

강형구 2014. 8. 24. 11:56

 

평균의 위안

 

   사람이 모든 일을 잘 할 필요는 없다. 꼭 필요한 일들은 살아가면서 불편함이 없을 정도로 할 수 있으면 된다. 경쟁심에 사로잡혀 잘 할 필요가 없는 일을 잘 하려고 하다보면 불필요한 시간과 감정을 낭비하게 될 지도 모른다. 이러한 불필요한 소모를 하지 않기 위해서는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믿는 긍정적인 마음 자세가 필요하다. 내가 잘 못하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고, 다른 사람이 도움을 필요로 할 때 내가 도울 수 있다는 마음자세다.

 

   아주 우연한 이유로 나는 초등학교 때 체육을 잘했고 공부도 잘했다. 나는 상대적으로 다른 친구들에 비해서 성장 속도가 빨랐기 때문에 키가 큰 편이었고, 큰 덩치 덕분에 달리기나 피구 같은 운동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신체적 성장 상태가 자연스럽게 공부하는 것에도 이어져서, 나는 공부도 곧잘 했다. 그 때 이후로 나는 내가 무엇을 하더라도 다른 아이들보다 잘 해야 한다는 일종의 강박관념을 갖게 되었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는 공부도 그럭저럭, 체육도 그럭저럭 하는 아이었는데 말이다.

 

   그 이후 나는 점점 모든 영역에서 대한민국 남성 평균에 가까워졌다. 나는 키가 178센티미터 정도 되는데, 이 정도 키는 대한민국 평균보다 조금 높은 수준이지만 그다지 큰 편은 아니다. 나는 달리기를 잘하는 것도 아니고, 나의 구기운동(축구, 농구 등) 능력은 오히려 평균 미만이다. 아마 대한민국 남자들의 평균 친구 수를 따져보면 내가 자주 만나는 친구들의 평균은 한국 평균보다 한참 아래일 것이다. 다만 나는 공부를 잘하는 것은 계속 유지할 수 있었다. 공부라는 것은 의지를 가지고 꾸준히 노력하기만 하면 어느 정도 그 수준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오히려 내가 학창시절 악을 쓰고 공부를 열심히 했기 때문에 체육활동 능력이나 친구들을 사귀는 사교성이 더 떨어졌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더 큰 문제는 공부 영역에서도 나의 능력이 특별히 출중한 것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그것은 나의 학부 학점에 잘 드러나 있다. 나의 학부 학점 총점 평균은 4.3점 만점에 3.03점으로, 이는 B0 수준밖에 안 된다. 나는 내가 평균적인 사람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그리고 나의 공부 능력은 오직 나의 집착에 가까운 집념에 의해 유지된 것이라는 사실을 한동안 쉽게 인정하지 못했다.

 

   그러나 나의 그러한 평범함을 인정함으로써 오히려 마음의 평안과 위안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많은 사람들이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왜 이렇게 못생겼지?’라고 생각해 본 경험을 갖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반응은 어떤 마음가짐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서 달라진다. 나의 신체 조건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의 경우, 지금 있는 그대로의 스스로에 대해서 충분히 감사하고 만족할 수 있다. “왜 내가 굳이 잘해야만 하나? 못할 수도 있는 거지. 대신 내가 잘 하는 다른 게 있지 않은가? 전체적으로 볼 때 이렇게 건강하고 행복하게 잘 지내는 것만으로도 정말 다행이다.”

 

   이렇게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고 받아들이게 되면, 비록 삶에 대한 독기가 조금 빠질 수는 있지만 좀 더 마음이 편안해진다. 나는 나의 소심하고 예민한 성격이 다소 안타깝기는 하지만 그것 때문에 나를 미워하지는 않는다. 또 나는 성격이 급한 편이라, 책을 읽어도 꼼꼼하게 읽지 못하고 대강만 훑는 버릇이 있다. 나는 이것이 고쳐야 할 버릇이라고 생각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그런 나를 미워하지는 않는다. 그저 앞으로 조금씩 스스로를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갖는다. 술을 잘 못 마시는 것, 운전과 수영을 잘 못하는 것도 내게는 부끄러운 약점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나 자신을 미워하고 싶지는 않다.

 

   분위기를 맞춰줄 수 있을 정도로만 술을 마실 수 있으면 족하다. 운전할 사람이 없거나 운전하는 사람이 피곤할 때 대신 운전할 수 있을 정도로만 운전을 할 수 있으면 된다. 굳이 술을 잘 마실 필요도, 운전을 잘 할 필요도 없다. 수영 역시, 물에 빠졌을 때 내 몸을 건사할 정도의 능력만 있으면 충분하다. 이러한 만족은 나 역시 평균적이고 일반적인 사람에 지나지 않는다는 인정과 자기만족으로부터 비롯된다. 내가 못하는 것은 누군가가 채워줄 수 있을 것이고, 언젠가는 내가 잘하는 것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가 잘하는 것을 굳이 최고로 잘 할 필요도 없다는 것이다. 그저 즐거운 마음으로 그 일을 열심히 꾸준히 해 보고, 어느 수준까지 올라가는지를 지켜본다. 그 일에 대한 나의 선천적인 재능은 나의 의지로부터 비롯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저 열심히 즐겁게 할 뿐 다른 욕심은 가지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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