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야기

나는 그저 당신을 거들 뿐

강형구 2025. 7. 25. 09:39

   7월 23일 ~ 24일에 서울대학교 사범대학에서 진행된 한국과학교육학회 학술대회에 참석하고 돌아왔다. 나는 한국과학교육학회 평생회원이고, 학술대회에서 발표는 이번 학술대회를 포함해서 3번 정도 했다. 나는 학술대회를 할 때마다 발표 신청을 하는데, 감사하게도 내게 발표 기회를 주셔서 지금까지 꾸준히 하고 있는 편이다. 아직 우리 아이들이 어린 편이라서 학술대회 전체를 온전히 참여할 수 없어 아쉬웠다. 하지만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나로서는 중요한 성과 두 가지를 얻었다.

 

   첫째는 과학교육에 종사하시는 여러 선생님 중에서 과학사 및 과학철학에 진지한 관심을 가지고 계신 분들과 좀 더 친해지고 소통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내 생각에 대부분의 과학교육 전공자는 과학사와 과학철학에 대한 기본적인 관심을 가지며 이에 대해 비교적 호의적이지만, 과학사와 과학철학이 과학교육의 핵심에서 기능하는 것은 아니며 과학교육을 위한 보조적인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과학교육에서 과학사와 과학철학의 요소가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고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몇몇 분들이 계신다. 이번 학술대회에서 그분들과 비교적 많은 대화를 나누고 소통할 수 있었다는 점이 가장 큰 성과였다.

 

   둘째는 내가 나름 과학철학의 외연을 확장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는 것이다. 사실 처음 한국과학교육학회 학술대회에 참가했을 때는 나를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그런데 이제는 기존에 알고 있던 분들만이 아니라 새롭게 알게 된 분들이 인사를 해 주셨고 관심을 보여 주신다. 역시나 하루아침에 되는 일은 없다. 꾸준히 노력해야 성과가 있고, 노력을 중지하면 마치 없었던 일처럼 흐름이 끊어진다. 개인적으로 나는 나뿐만이 아니라 좀 더 많은 과학철학 연구자가 과학교육과 접점을 찾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과학적 이해, 과학적 설명, 과학의 진화(변화) 등과 같은 과학철학의 담론이 과학교육의 담론과 연결될 수 있는 지점들은 상당히 많이 있다.

 

   과학철학회 학술대회, 과학교육학회 학술대회에 참가하면서 거듭 느낀 바가 있다. 내게 필요한 일은 다른 연구자들의 연구를 더 깊이 이해하는 것이고, 내가 다른 연구자들에게 해줄 수 있는 중요한 일은 연구자 각자가 연구를 더 잘할 수 있게 소소한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도와주고 격려하는 것이라는 점이다. 연구자들은 기본적으로 다 똑똑하고 알아서 잘하므로 사실 내가 도와줄 수 있는 건 별로 없다. 그러므로 ‘당신은 지금 잘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잘할 것입니다.’라는 메시지를 주는 것으로도 충분한 경우가 많다. 어쩌면 내가 실력이 부족하고 내공이 모자란 연구자라서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런 관점은 생각보다 많은 경우에 통한다. 예를 들어 우리 큰딸만 해도 그렇다. 큰딸은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데 나는 그림을 못 그린다. 그러니 그림을 못 그리는 나로서는 큰딸이 점점 그림을 잘 그리게 되는 상황이 흥미롭고,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은 큰딸이 그림을 그려서 내게 가져올 때마다 잘 그렸다고 칭찬해 주고 어떤 점을 보완했으면 좋겠다고 아주 소소하게 제안해 주는 것이다. 이렇듯 내게 가장 소중하고 친밀한 사람에게조차도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은 그저 이해하고 인정하고 격려하는 일이 전부인 경우가 많다. 이게 그냥 나 개인의 스타일일 뿐인 것일까? 그럴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런데 내 생각에 이런 나의 관점 혹은 태도가 나쁜 것 같지는 않다. 상대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듣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공격하기보다는 격려한다. 누군가는 나의 이런 관점과 태도가 소박하다(나이브하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런데 소박한 게 왜 문제인가? 나 자신을 매우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자신에 대해 큰 욕심을 가지지 않으면, 소박한 태도를 가져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으며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