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야기

2025년 1학기 소회(所懷)

강형구 2025. 6. 8. 22:34

   국립목포대학교 교양학부에 소속된 과학사와 과학철학 전공 전임 교원인 나는, 2025년 1학기에 17학점, 7개 과목을 강의했다. MNU 대학생활(2학점) 2과목, 과학기술의 역사적 진화(3학점), 디지털 문서와 콘텐츠(2학점), 논리와 비판적 사고(3학점), 로봇의 윤리학(3학점), MNU 프론티어 정신(2학점). ‘과학기술의 역사적 진화’는 ‘과학사’ 과목이고, ‘논리와 비판적 사고’는 ‘논리학’ 과목이며, ‘로봇의 윤리학’은 ‘인공지능의 철학’ 과목이다. 과학사 및 과학철학 전공자로서 가르칠 필요가 있는 3개의 과목을 가르친 셈이다.

 

   2025년 2학기에는 어떤 과목을 가르칠 것인가? MNU 생각산책(2학점), MNU 프론티어 정신(2학점), 디지털 문서와 콘텐츠(2학점), 과학철학의 이해(3학점), 현대철학(3학점) 정도를 예상하는데, 인공지능 윤리(3학점) 수업 및 2학점 수업 하나를 추가로 더 할 가능성이 있어, 최소 12학점에서 최대 17학점을 강의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제 나로서는 강의가 별로 부담스럽지 않은데, 왜냐하면 대부분의 수업을 이미 한 번 했기 때문에 만들어 둔 강의 자료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강의할 때는 기존의 자료를 적절히 업데이트하면 된다.

 

   2025년에는 총 4개 정도의 연구 주제를 잡고 동시에 진행해 나가려고 했는데, 실제로 실천해 보니 약간 버겁다는 느낌이 든다. 내년부터는 연구 주제의 수를 줄여, 2~3개 정도의 주제를 병행해서 연구하는 게 좋을 것이다. 너무 많은 주제를 다루다 보니 수학과 과학을 공부할 시간이 없다는 문제가 생긴다. 과학철학을 연구하려면 과학의 실제도 틈틈이 파악해야 하는데, 철학적인 주제들만을 살피면 과학의 실제에 대한 감각이 떨어진다. 내 능력을 초과하는 과도한 욕심을 부려서는 곤란할 것이다. 나는 수학과 과학 공부를 좋아하며 이러한 공부는 나에게 필요하므로, 내년부터는 의식적으로 시간을 만들어서 틈틈이 수학과 과학을 공부하려 한다.

 

   영어 말하기와 쓰기 연습 또한 필요하다. 실제로 학교에서 강의할 때는 영어를 쓰지 않지만, 각종 국제 학술대회에서 발표하고 또 간혹 좌장 역할을 하려고 하면 영어 말하기와 쓰기는 필수이다. 부지런히 연마해야 하는데 게으른 까닭에 계속 영어 연습을 미루는 상황이다. 6월 17일부터 6월 19일까지 아시아태평양과학철학회(APPSA) 학술대회가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리는데, 영어 말하기 준비가 잘 안되어 있는 나로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다. 나름은 열심히 한다고 했으나 여전히 곳곳에서 부족함이 보인다. 계속 해 나가면서 시행착오를 겪는 과정을 통해서 더 단단하고 튼실해질 것이라 믿는다.

 

   특정 학과가 아닌 교양학부 소속인 것에 관해 생각한다. 교양학부 소속인 것의 장단점, 학과 소속인 것의 장단점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자신의 이력을 생각할 때 철학과보다는 교양학부 소속이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박사 학위를 철학과가 아니라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에서 받았다. 만약 내가 철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면 철학과에 대한 애착이나 미련이 있겠지만, 사실 나에게는 그런 게 별로 없다. 또한 나는 철학보다는 수학과 과학을 공부하고 생각할 때 더 큰 즐거움을 느끼는 편이다. 결론적으로 나는 교양학부 소속인 것이 철학과 소속보다는 더 마음에 들고 마음의 부담 또한 덜 느낀다.

 

   수학이나 과학을 아주 깊고 전문적인 수준으로 파고 들어가는 것은 내 능력 밖의 일이고 나 자신조차도 그러한 일을 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오히려 내가 궁금한 것은 수학과 과학의 기초 및 그와 관련된 철학적 문제들이다. 그리고 그런 철학적 문제들을 고민하고 따져보는 것이 교양 교육으로서의 과학사와 과학철학이 해야 하는 일일 것이다. 아직 나는 부족하다. 교양학부 소속 과학사 및 과학철학 전임 교원으로서 더욱더 역량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지금보다 더 전문성을 높여야겠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