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282

그렇게 연구자가 된다

박사학위를 갖고 계시는 분들은 이미 다 알고 있는 사항일 것이라 짐작한다. 실로 진정한 연구자는 박사학위 논문을 쓰면서 만들어진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깨닫는다. 그 사람이 훌륭한 연구자인지 그저 그런 연구자인지는 사실 별로 상관이 없다. 애호가를 넘어서서 연구자가 되기 위해서는 자신의 연구 주제에 대한 자신만의 독자적인 입장을 수립해야 한다. 그런데 이런 독자적인 입장을 수립하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려우며 두려운 일이다. 뛰어난 연구자들이 이미 내어놓은 업적들 가운데에서 자신만의 새로운 입장을 갖추어 내세운다는 것은 절대로 쉽지 않다. 자신만의 입장은 결코 혼자만의 힘으로 성립되지 않는다. 우선 내 생각을 일정한 분량을 갖춘 글로 써야 한다. 그다음 그 글을 통해 표현된 내 생각을 검토하고 문제를 제기하고 ..

일상 2022.09.22

순조로운 진행

며칠 전에 1년 동안 미국 피츠버그 대학 과학철학 연구 센터에 방문 연구원으로 다녀오신 지도교수님과 오래간만에 대면 면담을 했다. 내가 박사과정에 입학한 것이 2011년이니 입학 후 10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지도교수님과 졸업에 관하여 처음으로 상담을 한 것이 2019년 상반기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후 제법 오랜 시간이 지났다. 나는 이제 내가 졸업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설혹 내가 뛰어난 수준의 졸업 논문을 쓰지 못하더라도, 적당한 수준에서라도 논문을 쓰고 졸업을 해야 할 것 같다. 그래야 나 역시 삶의 다른 단계로 접어들 수 있고, 교수님께서도 심적 부담을 더실 것이며, 후배들의 숨통도 트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나의 지도교수님은 내가 학부 시절부터 알던 분이다. 학부 시절 나와 서양..

일상 2022.09.03

과학철학을 연구할 수 있어 행복함

나는 어제 논문을 수정하며 잠시 좌절했다. 나의 철학적 능력의 한계를 절실하게 느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곧 생각을 달리했다. 내가 선택한 주제에 대해 철학적인 글을 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재미있고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제 나는 내게 주어진 시간의 범위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되, 나의 부족함에 실망하거나 좌절하기보다는 적극적으로 다른 선생님들에게 의지하고 기대기로 했다. 나보다 훌륭하신 다른 철학 연구자 선생님들께 나의 글을 보여드린 후, 선생님들의 조언을 받아 고치고 또 고쳐 나가기로 한다. 어쩌면 논문의 통과 여부는 그리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앞으로도 계속 과학철학 연구를 하는 것, 나 혼자가 아니라 다른 분들과 적극적으로 협업하면서 연구를 해 나가는 것이..

일상 2022.08.28

소소한 의견 표명

바쁘게 살고 있다. 집안일 하고 애들 돌보고 논문 수정하고 틈을 내어 번역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밤에 가족들이 자고 난 후에는 집 정리하고 쓰레기를 버린다. 아침에는 가족들보다 좀 더 일찍 일어나 밥을 짓고 세탁기로 빨래를 돌린다. 끊임없이 몸을 움직이기 때문에 집 상태가 유지된다. 이렇게 바쁘므로 뉴스를 제대로 보지 못하고 나의 연구 분야 이외의 글들을 제대로 읽지도 못한다. 그렇기에 나의 정치적 견해는 극히 제한된 정보에 기초하고 있다는 사실을 미리 전제한다. 사실 나는 여러 번 말한 적이 있듯 정치에는 별로 관심이 없고 정치는 아주 힘든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인간은 정치적인 동물이라 이에 관한 의견을 형성하지 않고 살 수는 없다. 때로는 침묵이 많은 것을 말하는 법이다. 말을 할 ..

일상 2022.08.24

즐겁고 여유롭게 살기

어쩌면 모든 사람의 바람은 ‘즐겁고 여유롭게 사는 것’이 아닐까. 나 또한 그러하다. 혹은 모든 사람은 ‘행복하게 사는 것’을 바란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그런데 내 생각에 즐겁고 여유롭게 사는 것, 행복하게 사는 것을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욕심을 버리는 것’이다. 욕심을 버리는 것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말고 ‘그저 내 갈 길을 가는 것’이다. 욕심을 버리고 내 갈 길을 가면 굳이 다른 사람을 부러워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화를 낼 필요가 없다. 다른 사람을 부러워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화낼 시간이 아까워지기 때문이다. 아까운 인생이다. 시간 낭비를 할 이유가 없다. 나는 내가 정말 행운아라고 생각한다. 왜냐? 나 이전에 우리나라에서 과학철학자 라이헨바흐를 제대로 연구한 사람이 없기 ..

일상 2022.08.19

할 줄 아는 것이 공부밖에 없는 사람

나는 박사학위 논문 수정을 하다가 지치면 다른 글을 쓰면서 한숨 돌린다. 나는 이번 연휴에 가족들을 데리고 부모님이 계신 부산(내가 자라기도 한 곳)에 와 있다.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이렇게 황금 같은 여름 연휴에 아내, 아이들과 함께 즐겁게 놀아야 하겠지만, 나는 부모님과 아내, 누나(부산에 산다)에게 아이들을 맡겨 놓고 집 근처의 카페에 나와 논문 수정을 한다. 매일 한글 문서를 붙잡고 비슷한 종류의 문서 작업을 하는 일은 쉽지 않다. 그러나 이미 시작했고 결국은 끝을 봐야 하는 일이다. 생각해 보면 나는 정말 할 줄 아는 게 공부밖에 없는 사람이다. 잘 놀지 못한다. 딱히 좋아하는 것도 없다. 아내는 진지하고 공부를 좋아하는 내가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다. 공부라도 좋아하지 않았으면 장가도 못 갔을 것..

일상 2022.08.15

경상지역 과학철학 연구자 및 교육자

나의 본적은 경상북도 성주군 가천면 마수리다. 아버지의 본적을 따랐다. 오늘날 본적이 무슨 의미가 있겠냐고 물을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어린 시절 경북 성주에 있는 할아버지 할머니 댁에 자주 다녔고, 나의 외가는 경상남도 합천에 있었다. 성주와 합천은 가야산을 끼고 있으며 거리상 가까운 편이다. 아버지는 가장 가까운 대도시인 대구가 아니라 약간 떨어진 부산에 정착하셨지만, 공교롭게도 나는 다시 아버지와 어머니의 고향 근처인 대구 달성군에 정착했다. 지금 내가 사는 곳에서 성주와 합천은 자동차로 1시간 이내의 거리에 있다. 나는 고등학교 시절 과학철학에 관심을 가졌다. 다른 사람들에 비하면 일찍부터 관심을 가진 것이다. 그렇게 일찍 관심을 가져 꾸준하게 공부했기에, 능력이 턱없이 부족하지만 계속 공부할 수..

일상 2022.08.14

이순신을 생각한다

나는 지난 5월에 83번째 헌혈을 한 후 헌혈 기념품으로 영화관람권을 받았다. 영화관람권을 선택한 것은 다분히 의도적이었다. 왜냐하면 그때 나는 올해 여름에 김한민 감독의 영화 [한산 : 용의 출현]이 개봉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드디어 그때 받은 영화관람권으로 오늘 오전에 동네 영화관에서(현풍에도 극장이 있다) 영화 [한산]을 보았다. 만족스러운 영화였다. 박사논문을 수정하는 사람으로서 감히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다니, 그게 말이 되는가? 그러나 나는 이순신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는 귀한 시간을 놓칠 수 없었다. 인간은 영악하고 잔혹하다. 이것은 부정하고 싶지만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어쩌면 모든 생명은 영악하고 잔혹한 것인지도 모르지만, 인간 아닌 다른 동물들은 인간만큼 도가 과도하게 ..

일상 2022.07.28

전자기적 정보 이주

나는 대개 노트북으로 글을 써서 이를 블로그나 페이스북에 올린다. 이와 같은 방식의 글쓰기는 온라인에 올려진 글에 문제가 생겨도 글의 원본이 남는다는 장점을 갖는다. 나는 ‘다음(Daum)’에서 운영하는 블로그를 사용하고 있었으나, 최근 ‘다음’에서 블로그 서비스를 중지한다는 예고를 확인한 후 ‘다음’에 있던 블로그를 ‘티스토리’로 이전하게 되었다. 이제 내가 다음 블로그에 썼던 모든 글은 티스토리로 옮겨져 있다. 일종의 ‘전자기적 정보 이주’를 한 셈이다. 오래간만에 쓰는 이 글에서 내 삶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을 정리해본다. 박사학위 논문 초고를 써서 지도교수님께 보내드렸다. 어떻게든 이 초고를 활용하여 학위논문 최종본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다. ‘이것보다 더 잘 쓸 수는 없을까?’라고 나 스스로 생각..

일상 2022.07.20

선비처럼 살기

오늘은 문득 그런 생각을 했다. 내가 오래전부터 꿈꾼 삶은 ‘선비처럼 사는 것’이 아니었을까. 좀 황당할 수도 있겠다. 21세기에 ‘선비’라니! 네이버의 표준국어대사전을 찾아보니 ‘선비’에는 4가지 뜻이 있는데, 그중 세 번째 뜻이 가장 내 마음에 든다. “학식이 있고 행동과 예절이 바르며 의리와 원칙을 지키고 관직과 재물을 탐내지 않는 고결한 인품을 지닌 사람을 이르는 말.” 물론 세상 물정에 어두운 사람을 ‘선비’라고 부르는 경우가 있고, 나 또한 그런 의미에서 ‘선비’가 될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 나의 아버지는 상인이셨다. 상인만큼 실용적이고 실리적인 직업인이 있을까. 그런 아버지 밑에서 자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나는 늘 이상을 추구하면서도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그런데 아버지께..

일상 2022.07.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