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사 이야기 30

정인경 작가의 [뉴턴의 무정한 세계]를 읽고

얼마 전 정인경 작가의 [모든 이의 과학사 강의]를 읽었고, 방금 막 그가 쓴 [뉴턴의 무정한 세계]를 읽었다. 둘 다 좋은 책이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뉴턴의 무정한 세계]가 더 마음에 든다. 한국인의 관점에서 본 과학 이야기가 새로웠고 흥미로웠으며 퍽이나 공감되었기 때문이다. [모든 이의 과학사 강의]에서의 내용들은, 내가 과학사 과학철학을 공부한 사람이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다소 익숙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내가 잘 모르는 동아시아 과학사와 한국 과학사의 시각에서 쓰인 글이 참신하게 다가왔고 사뭇 큰 자극이 되었다. 무엇보다도 높게 평가하고 싶은 것은 작가가 온전한 자신의 언어로 과학사를 서술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의 우리말 문장들의 가독성이 좋아 술술 읽힌다. 나의 기준으로 볼 ..

과학사 이야기 2021.03.19

(서평) 시간의 본성에 관한 잊혀진 논쟁의 성공적 소환

Jimena Canales, The Physicist & Philosopher : Einstein, Bergson, and the debate that changed our understanding of time(Princeton University Press, 2015) 2020. 8. 14.(금) 국립대구과학관 강형구 연구원 1922년 4월 6일, 물리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프랑스의 수도 파리의 한 회의실에서 저명한 프랑스 학자들이 모인 가운데 철학자 앙리 베르그송과 함께 시간의 본성에 관해 논쟁을 벌였다. 이 논쟁은 이후 사람들이 시간의 개념을 이해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쳐 그 영향이 오늘날에까지 이르고 있지만, 놀라운 것은 이 논쟁의 의의와 이 논쟁이 완결되지 않고 오늘날에도 여전히 현재 ..

과학사 이야기 2020.08.14

코페르니쿠스 혁명에서 과학지식의 진화를 읽다

◎ Thomas S.Kuhn, Copernican Revolution: Planetary astronomy in the development of Western thought, Cambridge Harvard University Press, 1985. ◎ 토머스 쿤, 『코페르니쿠스 혁명』(정동욱 옮김, 지식을만드는지식 출판사, 2016) 서울대학교 자연대학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 박사과정 한국장학재단 기획조정실 강형구 과학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아는 사람이라면 영국의 과학자 뉴턴이 떨어지는 사과를 보고 중력에 대한 영감을 얻었다는 유명한 일화를 들어보았을 것이다. 이와 비슷하게, 과학사에 대해 조금이나마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유명한 과학사학자이자 과학철학자인 토머스 쿤이 어느 날 도서관에서 아리스토..

과학사 이야기 2017.02.24

'시민과학적 담론'으로서의 과학철학과 STS

‘시민과학적 담론’으로서의 과학철학과 STS 1. 여는 말 : ‘논리경험주의 운동’의 시민과학적 성격 나치가 독일의 정치를 잠식하기 전, 독일의 한 방송국에서 대중들을 위한 교양과학 라디오 방송 강의를 했던 논리경험주의자가 있었다. 이 강의에서는 원자 수준의 미시세계로부터 우주라는 거시세계까지 20세기의 과학이 보여주는 세계상을 교양 있는 일반인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차근차근 설명하고 있다. 대중들로부터 제법 인기를 얻은 이 강의의 강연록은 강의가 끝난 이후 종합·편집되어 『원자와 우주(Atom and Cosmos)』라는 제목의 책으로 출판되었다. 이 책의 저자가 논리경험주의의 대표적 학자였던 한스 라이헨바흐(Hans Reichenbach, 1891-1953)임을 아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 라..

과학사 이야기 2016.05.07

가까운 듯 먼 사이: 갈릴레오와 근대 역학

가까운 듯 먼 사이 : 갈릴레오와 근대 역학 살비아티 : (물체의 낙하 속도가 움직인 거리에 비례한다고 생각하는 사그레도에게) 내 동료인 자네가 이런 실수를 범하다니 내겐 오히려 위로가 되는군. 나도 그런 생각을 갖고 이 글쓴이에게 말한 적이 있는데, 이 성질들이 하도 그럴 듯해 그 사람도 한때는 그런 생각을 가졌다고 시인하더군. 1. 여는 말 : 갈릴레오에 대한 세 가지 물음 코이레(A. Koyré)의 논문에서 갈릴레오(Galileo)는 아리스토텔레스(Aristotle) 주의에 대항해 승리한 플라톤주의자(Platonist)로 등장한다. 비록 코페르니쿠스(Copernicus), 부르노(Bruno), 케플러(Kepler) 등이 기존의 우주관과는 다른 새로운 우주관을 지지하기는 했지만, 물체의 운동을 기하학..

과학사 이야기 2016.05.05

서양과학사 독서노트 23: 과학과 현대 사회

과학과 현대 사회 ① 자사노프(Jasanoff),「과학, 정치학, 그리고 EPA에서의 전문가 재협상」(1992) ② 홍성욱,「20세기 과학연구의 지형도 : 미국의 대학과 기업을 중심으로」(2002) ③ 웨이크먼(Wakeman),「새로운 아틀란티스를 꿈꾸다 : 과학과 테크노폴리스 계획」(2003) ④ 킹(King),「질병 출현에 대한 규모의 정치학」(2004) ⑤ 캐스퓨&래이더(Casphew, Rader),「거대과학 : 오늘날에 이르기까지의 댓가」(1992) ① Science, Politics, and the Renegotiation of Expertise at EPA Environmental Protection Agency, 우리 말로는 ‘환경보호국’ 정도로 될 수 있겠다. 세계 2차 대전 이후 화학적 ..

과학사 이야기 2016.05.03

서양과학사 독서노트 22: 냉전 시대의 과학

냉전 시대의 과학 ① 코헨콜(Cohen-Cole),「창조적인 미국인: 냉전 살롱, 사회과학, 현대 사회를 위한 치료」 ② 헤이엑(Heyck),「혁명의 후원자들 : 전후 행동과학 기관들과 그 이상향들(ideals)」 ③ 하운셀(Hounshell),「냉전, RAND, 지식의 생산, 1946-196」 ④ 위어트(Weart),「지구 온난화, 냉전, 연구 계획들의 진화」 ⑤ 슬로텐(Slotten),「인공위성 커뮤니케이션, 지구화, 냉전」 세계 1차 대전과 2차 대전을 겪으면서 전쟁과 과학은 이전시대보다 더욱 더 밀접한 관련을 맺게 되었다. 기계화되고 과학화 된 전쟁무기를 생산하기 위해서 다수의 과학자들이 전쟁 수행에 직접 참여했을 뿐만 아니라, 전쟁 이후에는 전쟁에서 사용된 기술적 지식들의 몇몇 요소들이 사회의 ..

과학사 이야기 2016.05.02

서양과학사 독서노트 21: 생체기술, 특허, 정치학

생체기술, 특허(patent), 정치학(politics) ① 케이(Kay),「사이버네틱스, 정보, 생명 : 유전에 대한 기록적 표상들의 출현」 ② 콜러(Kohler),「초파리 : 실험실의 생명」 ③ 고딜리에르(Gaudilliere),「생체기술계의 전역화와 규제」 ④ 부고스(Bugos) & 케블스(Kevles),「지적 재산으로서의 식물」 ⑤ 아비르암(Abir-Am),「큰분자의 정치학」 독서를 늦게 끝마쳤기 때문에(지금 시각 오후 3시 5분, 수업은 오후 4시 시작이다) 아주 간략하게 독서소감을 쓰겠다. 케이는 사이버네틱스를 ‘담론의 차원’에서 접근한다. 노버트 위너 등으로부터 개발된 새로운 담론인 사이버네틱스는 세계 2차대전이라는 전쟁의 맥락에서 파생되었다. 2차대전을 통해 적의 미사일을 요격하는 방법, ..

과학사 이야기 2016.05.01

서양과학사 독서노트 20: 현대물리학과 원자폭탄

현대물리학과 원자폭탄 ① 홍성욱, 이상욱 외『뉴턴과 아인슈타인』중 아인슈타인에 대한 장들 5장 : 아인슈타인, 영재였나 둔재였나(장회익)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1879년 3월 14일 독일 울름에서 태어났고, 곧 뮌헨으로 이사가게 된다. 아인슈타인은 우량아로 태어났고, 말 배우는 속도가 느려서 주위 사람들이 걱정했으나 2살 무렵이 되면 능청스러운 모습을 보인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공부를 곧잘 했으나 유달리 눈에 띄는 ‘천재’는 아니었다. 무작정 외우는 것을 싫어했고, 군인들이 행진하는 모습을 보면서 몸서리쳤으며, 단순한 계산보다는 논리적으로 복잡하게 얽힌 문제를 푸는 데 소질이 있었다. 또한 놀라운 집중력을 갖고 있었는데, 일례로 그는 카드로 14층의 건물을 쌓아올릴 수 있었다. 이는 고도의 집중력과 인..

과학사 이야기 2016.04.30

서양과학사 독서노트 19: 과학, 기술, 산업

과학, 기술, 산업 ① 홍성욱, “과학과 기술 사이의 관계에 대한 역사서술적(historiographical) 층위들” 과학과 기술 사이에는 불가분의 관계가 있다는 입장과, 과학과 기술은 근본적으로 구분된다는 입장이 있다. 기술은 과학의 응용에 지나지 않는다, 즉 기술은 응용과학(applied science)이다라는 견해에 대해 반대한 집단은 기술사학회(Society for the History of Technology)의 회원들이었다. 이들에 의하면, 기술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독자적인 집단이 있어고, 그 집단에는 독특한 규율과 규범이 있었다. 기술은 응용과학, 과학에 종속되는 부차적인 과학이 아니라, 과학과 대등하게 상호작용하는 독자적인 영역이라는 것이다. 코이레, 홀, 웨스트팔, 길리스피 등도 과학과..

과학사 이야기 2016.04.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