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위기에 보면 나의 전공은 ‘과학사 및 과학철학’이라고 쓰여 있다. 좀 더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나의 전공은 ‘과학철학’이지만, 사실 과학사 없이 과학철학을 제대로 할 수는 없다. 여기서도 중심을 잘 잡는 것이 중요하다. 역사학에는 역사학만이 줄 수 있는 고유한 통찰이 있고, 이런 ‘역사적’ 통찰은 ‘철학적’ 통찰과는 다르다. 그러므로 과학철학은 과학사를 핵심적인 자원으로 삼아 ‘철학’을 하는 학문적 작업이다. 이러한 상황은 과학사에도 대칭적으로 적용될 것이다. 과학사 전체를 관통하여 역사 서술을 가능하게 하는 특정한 철학적 관점이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역사가 철학이 되지는 않는다. 역사에는 철학과는 차별화되는 고유의 서술 방식과 이에 수반되는 통찰이 있기 때문이다. 과학철학 연구자인 내가 과학철학을 연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