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는 과학철학 연구자들의 경우 학부 때부터 철학을 전공한 사람은 별로 없다. 학부 시절 물리학, 화학, 기계공학, 컴퓨터공학 등을 전공한 사람들이 대학원에 입학한 후 과학철학을 전공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비해 나는 학부에서 철학을 전공했고, 그때부터 세부 전공이 과학철학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대다수의 과학철학 연구자들과 약간 다르다. 철학이라는 학문의 생명력은 끈질기다. 학과 폐지, 학과 통폐합 등등의 사건들을 겪으면서도 여전히 한국에서 철학과는 살아남아 있다. 그 가장 기본적인 이유는 아마도 사람들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철학을 필요로하기 때문일 것이다. 나의 전공은 서양현대철학 중 과학철학이고, 나는 내가 전공하는 철학이 여러 철학들 중에서 가장 가치 있다고 생각한 적이 없지 않다. 그러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