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2 4

소박한 연구자의 삶

철학과에 다녔던 학부 시절 나의 학점은 좋지 않았다. 다른 졸업생들은 성적이 좋아 ‘우등 졸업’ 또는 ‘최우등 졸업’을 했지만 나는 그저 겨우 졸업을 할 수 있었다. 만약 내가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을 했다면 나는 자신감 넘치게 대학원에 지원했을 것이다. 하지만 졸업 성적이 좋지 않았던 나는 ‘과연 될까’ 하는 심정으로 철학과가 아닌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 석사과정에 지원했는데, 운 좋게도 합격했다. 아마 당시에 과학철학 전공 지원자가 거의 없었고, 철학과 조인래 교수님께서 특별히 나의 잠재력을 믿어 주셨기 때문에 선발되지 않았나 싶다. 석사 과정에서 나는 아주 열심히 공부했고 학점도 제법 괜찮았다. 하지만 박사 과정에 입학한 이후 나의 자신감은 많이 떨어졌다. 과연 내가 계속 제대로 연구를 할 수 ..

일상 이야기 2022.02.20

과학적 철학과 철학의 자연화

일반적으로 ‘과학적 철학(scientific philosophy)’ 개념은 논리경험주의자들이 제시했고, ‘자연화된 철학(naturalized philosophy)’ 개념은 하버드 대학 출신의 미국 철학자 윌러드 콰인이 제시했으며, 콰인은 논리경험주의에 결정적인 반박을 가한 인물로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최근 나는 관련 문헌들을 읽으면서 실제로 콰인의 입장은 논리경험주의 전체가 아닌 카르납의 입장에 대한 반박이었으며, 라이헨바흐가 제시한 ‘과학적 철학’ 개념은 콰인의 ‘자연화된 철학’ 개념과 그다지 상충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물론 두 개념이 완전히 같지는 않고 세부적인 측면들에서는 당연히 차이가 있지만, 대체적으로 볼 때 두 개념은 서로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을 것 같다. 비교적 최근에 출간된 논..

1920년대 후반기의 자연철학

상대성 이론의 철학적 의의에 대한 아인슈타인-라이헨바흐 논쟁을 검토한 후, 요즘 내가 들여다보고 있는 주제는 ‘1920년대 후반기에 과학철학자들이 생각했던 과학철학 혹은 자연철학의 역할과 기능’이다. 당시 많은 수의 학자들이 이 주제에 대한 자신들의 입장을 펼쳤는데, 내가 특히 중점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는 것은 슐리크, 라이헨바흐, 카르납의 견해이다. 1930년대 초반부터 나치즘을 피해 유럽의 과학철학자들이 영국, 미국 등지로 이주를 하게 되는데, 그와 같은 이주 직전까지 이들이 과학철학(자연철학)의 기능과 역할이 무엇이라고 생각했는지를 들여다본다. 디테일(세부사항)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을 부쩍 많이 하게 된다. 100년과 같이 긴 시간 간격이 아니라 순차적인 시간 속에서 들여다보면 단절성보다는 연속..

대통령 선거를 한 달 남겨두고

이제 대통령 선거가 한 달 남짓 남았다. 투표권을 가진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 시점에 선거에 대한 나의 입장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내가 볼 때 이번 대통령 선거에 나선 후보들 중에서 진정 정치적으로 존경할만한 후보는 오직 2명 뿐인데, 그는 바로 정의당의 심상정 후보와 새로운 물결의 김동연 후보다. 현재로서는 심상정 후보의 지지율이 낮아 그가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될 확률이 희박하지만, 그가 지금까지 살아온 정치적 이력은 상당히 올곧은 것으로 보인다. 또한 심후보의 가족들 역시 비교적 조심스레 삶을 살아오지 않았나 예상해본다. 나는 개인적으로 김동연 후보 또한 높게 평가한다. 김동연 후보는 보수이자 엘리트 관료의 길을 걸으면서도 상당히 바르게 살아와서 많은 존경을 받는 분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나머지 후..

일상 이야기 2022.0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