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관 이야기

산업과학유산 기증품을 활용한 특별전 개발 사례

강형구 2017. 11. 14. 07:23

 

 

산업과학유산 기증품을 활용한 특별전 개발 사례
- 국립대구과학관 기증품 특별전 '저울, 질량을 말하다'-

강형구*
국립대구과학관 전시기획실

 

A Case of Developing a Special Exhibition Using Donated Scientific Instruments
A Special Exhibition of Dae-gu National Science Museum : “Balance, The Interpreter of Mass”

Hyeong-gu Kang
Daegu National Science Museum, Exhibition Planning Division

 

Ⅰ. 서론
  

   과학관의 설립・운영 및 육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과학기술자료를 수집・조사・연구하여 이를 보존・전시”하는 것은 국립과학관이 해야 하는 핵심적인 업무 중 하나이다. 이는 국립중앙과학관, 국립과천과학관 뿐만 아니라 국립대구과학관, 국립광주과학관, 국립부산과학관 등과 같은 법인과학관들에도 적용된다. 특정한 과학적 주제를 중심으로 다양하고 흥미로운 과학 전시물들을 제작하여 이를 통해 일반 시민들에게 과학기술 지식을 보급하는 것은 국립과학관의 중요한 기능임이 분명하다. 이와 더불어 지역 사회의 중요한 과학기술자료를 수집・조사・연구・보존・전시하는 것은 각 권역을 대표하는 국립과학관들이 교육 기능과 더불어 담당해야 하는 핵심 기능임을 누구도 쉽게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법인과학관들이 과학기술자료의 수집・조사・연구・보존・전시 업무를 진행하는 것이 그리 쉽지는 않다. 이에 대한 몇 가지의 이유가 있다. 첫째, 전문 인력 부재의 문제다. 박물관에는 학예 업무를 담당하는 전문 인력이 필수적으로 편성되어 업무를 하고 있는 것에 반해, 과학관에는 학예 업무 담당 전문 인력의 수가 부족하다. 둘째, 현재는 과학관에서 전시물을 통한 교육 업무의 비중이 높아, 상대적으로 과학기술자료 관련 업무에 대한 역량의 집중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셋째, 과학기술자료 관련 업무를 통해 과학관이 지역 사회 및 시민들에게 기여할 수 있는 바가 아직 분명하지 않다. 단순히 과학기술자료를 수집・조사・연구하는 것만으로는 과학관이 이 업무를 하는 정당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현재 국립대구과학관은 지역 사회로부터 기증받은 물품을 활용하여 소규모 특별 기획전인 “저울, 질량을 말하다”를 추진하고 있다. 특별 기획전 “저울, 질량을 말하다”의 추진 사례는 법인과학관들이 과학기술자료에 관한 업무를 추진하는 데 하나의 유용한 참고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특별 기획전의 주목할 만한 두 가지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단순히 기증품 전시에 치중하기보다는 기증품과 과학의 역사 및 최신 과학 연구 성과를 결합하여 일반 박물관들이 제시하기 어려운 과학관만의 독특한 스토리텔링을 구성하였다. 둘째, 이러한 특별 기획전 추진을 위해 여러 유관기관들의 협력을 얻었으며, 무엇보다도 과학관 구성원 개인들이 보유한 전문성을 각자 십분 발휘하였다.

 

Ⅱ. 본론

  

   국립대구과학관은 2016년 10월 경에 지역의 시민으로부터 19세기 말에서 20세기까지 사용된 계측용 저울 30여 점을 기증받았다. 수증한 저울들은 2017년 상반기까지 과학관의 수장고에 보관되어 있었으나, 대구과학관에서는 2017년 하반기부터 기증품을 활용한 특별 기획전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기증품을 활용한 소규모 특별 기획전을 추진함으로써, 기부에 대한 기부자의 자부심을 향상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에게 기증품과 관련된 의미 있는 과학적 지식을 전달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결과적으로 이는 현재 국립대구과학관이 추진하고 있는 대구・경북 지역 산업・과학유산 사업을 지자체, 공공기관, 지역 기업 및 지역 시민들에게 홍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를 제공할 것이라고 기대되었다.
  

   하지만 저울을 활용한 특별전을 추진하는 데에는 몇 가지 문제점들이 있었다. 첫째, 과학관 내에 특별전 시행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해야 했다. 기증품의 수량이 비교적 적은 편이었기 때문에 대규모 전시실에서 전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판단되었다. 이에 따라 소규모 특별 전시에 적합한 과학관 내의 소규모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했다. 둘째, 어떤 주제와 방향으로 특별전을 진행할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했다. 저울에 관련된 전시는 일부 박물관들에서 수 회 추진한 바가 있었으나, 과학관은 박물관과는 차별화되는 콘텐츠로 관람객들에게 다가갈 필요가 있었다. 셋째, 특별전 추진 과정에서 어떻게 과학관 구성원들 개개인이 가진 전문적 역량을 발휘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했다. 이는 과학관의 전시 추진에 있어 담당 직원들의 학예 기능 활용의 문제였다.
  

   소규모 특별기획전에 소규모 공간 확보의 문제는 대구과학관 내의 일부 전시관 전시 종료를 통해서 해결되었다. 기존에 국립대구과학관 1층에서는 231m2 크기의 ICT 융합스포츠 체험관이 운영되고 있었으나, 마침 체험관 운영이 2017. 8. 1.(화) 기준으로 종료되었다. 231m2의 넓이는 대구과학관 1층 기획전시실 넓이의 약 1/5로서, 소규모 특별전을 추진하는 데 적정한 크기였다. 이제 문제는 이러한 공간의 넓이와 구조를 반영하여 어떤 내용과 방식으로 기증품활용 특별전을 계획 및 추진하느냐는 것이었다. 우선적으로 이 기획전시를 추진할 인력이 필요하였는데, 마침 대구과학관에서는 2017. 7월에 과학기술자료 수집・보존・연구・전시 업무를 위해 대학원에서 과학의 역사와 철학을 전공한 인력을 1명(석사) 채용하였다. 본 특별기획전을 추진할 주 담당자가 확보된 것이다.
  

   기증품 저울 30여 점은 19세기 말에서 20세기까지 일상용, 우편용, 시료측정용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된 저울들이었다. 과학의 역사를 살펴보면, 저울은 고대 이집트 문명에서부터 질량을 측정하는 주요 도구로 사용되었으며 동・서양 공통적으로 사용된 보편적인 도구였다. 저울은 가을에 거둬들인 곡물의 양을 측정하고 저장할 때 사용되었을 뿐만 아니라, 의약품, 귀금속, 가축 등 다양한 사물들의 질량을 재고 물물교환을 하는 데 필수적이었다. 이 뿐만이 아니었다. 길이, 시간, 질량 등과 같은 기본 단위를 표준화하여 정의한 것은 서양의 근대 과학이 발전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질량을 표준화함으로써 질량 측정이 정교화되고 다양한 사물들의 질량을 정확하게 수치화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처럼 기증품 저울들을 과학의 역사와 접목함으로써 저울들이 갖고 있는 다양한 과학사적 의의를 이끌어내고, 이를 통해 관람객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 스토리를 구성할 수 있게 되었다. 대구과학관에서는 과학사・과학철학을 전공한 인력을 십분 활용하여, 특별기획전 추진 단계에서 다수의 문헌 연구를 실시한 후 상세한 특별전 추진계획을 수립하였다. 특별전 추진을 위해 『측정의 역사』, 『기본상수와 단위계』, 『한국 도량형사』 등 질량 관련 8권의 문헌을 담당자가 상세하게 분석하여, 이로부터 전시의 기본 방향과 스토리를 구성했다. 따라서 본 기획전의 추진계획은 전시의 개요뿐만 아니라 전시 파트를 각 섹션으로 구분하여 섹션별 전시 내용, 전시 기법, 전시 구성 등 세부적인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추진계획 수립 이후에는 전시의 구체적인 내용을 좀 더 상세하게 표현한 스토리북도 자체적으로 제작하였다. 개요 수준의 내용을 넘어서, 패널 별로 어떤 문장이나 문구가 들어갈지에 대해서도 세부적인 수준에서 자체적으로 작성을 한 것이다. 이와 같은 세부적인 콘텐츠 작업을 통해 전시의 디테일한 수준까지 담당자가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게 되었으며, 향후 전시물 제작이나 전시관 디자인 전문 업체와 협력할 때에도 명확한 방향과 기준을 가지고 업무를 추진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이와 같은 세부적인 수준의 추진계획 및 스토리북 작성에는 타 유관기관 및 전문가들의 도움이 있었다.

 

   우선 저울 특별전 추진을 위해 국내에 소재한 2개의 저울 박물관을 방문하였다. 충청남도 당진에 소재한 한국도량형박물관은 우리나라 최초의 도량형 전문박물관이다. 한국도량형박물관에 방문하여 우리나라에서 사용되었던 다양한 종류의 저울들을 확인할 수 있었으며, 도량형 관련 특별전시 도록 및 중앙과학관과 연계한 정책연구 결과 등 다양한 문헌자료들을 확보할 수 있었다. 또한 한국도량형박물관에서 진행하고 있는 저울 제작 체험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벤치마킹을 할 수 있었다. 한국도량형박물관 방문의 가장 큰 성과는 박물관장과의 협의를 통해 한국의 저울 일부를 대여하기로 합의할 수 있었던 점이다. 기증품 저울 대부분은 서양에서 제작된 저울이었으나, 특별전 계획에는 한국의 저울에 관한 콘텐츠가 포함되어 있어 이를 확보하는 일이 반드시 필요했다.
  

   다음으로 방문한 곳은 강원도 강릉시에 소재한 마마세계저울박물관이었다. 마마세계저울박물관에서는 18세기 이후의 다양한 서양 저울들을 확인할 수 있었으며, 저울별 원리와 용도에 대한 상세한 내용을 파악할 수 있었다. 마마세계저울박물관에서 얻은 가장 큰 성과는 박물관장과의 면담을 통해 현재 대구과학관에서 보관하고 있는 기증품들에 대한 세부 정보를 상당 부분 파악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비록 마마세계저울박물관에서 서양의 저울 일부를 추가로 대여할 수는 없었지만, 기증품에 대한 세부 정보는 특별기획전 추진계획 및 스토리북을 작성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
  

   특별기획전 추진 과정에서는 저울과 질량 관련 전문가들로부터도 큰 도움을 받았다. 우선, 질량 측정에 관한 국내의 공인된 전문기관인 표준과학연구원(KRISS)을 방문하였다. 질량・힘 센터의 담당 연구원으로부터 질량에 관한 최신의 연구 성과가 어떤 것이 있으며, 어떤 방식으로 관람객들에게 최신 연구 성과를 전달할 것인지에 대한 자문을 구하였다. 그 결과, 내년인 2018년부터 1kg 단위를 정의하는 새로운 방식인 와트저울 방식 및 아보가드로 방법이 도입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담당 연구원으로부터 이러한 새로운 질량 도입에 관한 핵심 문헌들을 소개받을 수 있었으며, 질량 측정에 관해 표준과학연구원이 사용하고 있는 정확한 문헌자료(『질량측정 전문교육』) 역시 제공받을 수 있었다.
  

   한국의 도량형 전문가로는 『한국 도량형사』를 집필한 부산대학교 사학과 이종봉 교수를 들 수 있다. 과학관에서는 특별기획전을 추진하면서 『한국 도량형사』로부터 상당한 양의 콘텐츠를 얻을 수 있었으며, 추진계획 및 스토리북 중 한국의 저울 관련된 내용에 대해 이종봉 교수에게 전자메일로 자문을 구하여 이에 관한 피드백을 얻을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본 특별기획전의 계획을 수립하고 스토리북을 구성한 후 전시를 세부적으로 추진하는 과정에서 과학관 구성원들의 개별적인 전문성이 십분 발휘되었다. 과학의 역사와 철학을 전공한 주 담당자는 앞서 언급했듯 문헌연구, 타 박물관 방문, 전문가 자문 등을 통해서 특별전의 기본 콘텐츠를 작성했다. 이와 더불어 디자인을 전공한 연구원은 전시 공간 및 구조를 감안하여 기본적인 전시 디자인의 밑그림을 그렸다. 각 전시 섹션별 색깔, 진열대 및 전시패널 배치 등과 같은 세부적인 내용을 직접 설계하였으며, 이러한 세부 내용을 바탕으로 디자인 시공 업체와 협력하여 전시를 구성하였다. 또한 물리학을 전공한 연구원은 저울의 원리 및 최신 연구 성과 관련 콘텐츠 제작에 도움을 주었으며, 체험용 전시물 제작 과정에서도 적극적으로 참여하였다.

 

Ⅲ. 결론

  

   현재 국립대구과학관이 기증품 저울을 활용하여 추진하고 있는 특별전 ‘저울, 질량을 말하다’는 담당자만이 아닌 여러 사람, 여러 기관들의 도움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우선 기증품을 과학의 역사 및 철학과 접목하는 것은 얼핏 생각하면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할 수 있는 측정 도구인 저울들로부터 다양한 함의들을 이끌어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21세기 첨단의 과학기술시대를 살아가는 오늘날,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물건 하나하나에는 고도의 과학기술이 집적되어 있다. 이러한 과학기술은 한 사람에 의해서 하루아침에 완성된 것이 아니며, 오랜 역사와 많은 이야기들을 갖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과학의 역사와 철학은 사소하게 여겨지는 과학기술사물들로부터 풍부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이끌어내어 과학관 고유의 특별기획전을 추진하는 데 매우 유용한 도구가 될 것이다.
  

   제한된 기증품들을 갖고 특별전을 추진하는 데에는 실질적인 한계가 있게 마련이다. 과학의 역사와 철학이 접목된 특별전에서 필요로 하는 모든 전시물들을 제한된 기증품들만으로는 충족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구과학관에서는 과학관에 특화된 특별기획전을 추진하기 위해 타 박물관과의 협업을 진행하였고, 그 결과 한국도량형박물관으로부터 한국의 저울을 대여함으로써 부족한 전시품을 보완할 수 있었다. 또한 최신의 과학 연구 성과에 대한 전시 준비를 위해서 공신력 있는 국가기관 및 전문가의 도움을 얻을 필요가 있었다. 이를 위해 대구과학관에서는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및 한국 도량형 전문 교수로부터 콘텐츠 및 체험전시물 등에 관련한 유용한 자문을 얻었다.
  

   마지막으로 특별기획전을 추진하는 이 모든 과정에서 과학관의 연구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문헌연구, 자문 등을 통해서 기획전의 세부적인 콘텐츠까지 과학관 연구원들이 직접 작성했을 뿐만 아니라, 디자인 전공자는 전시 세부 디자인을 기획하였고, 물리학 전공자는 기증품의 원리 분석 및 체험 전시물 제작에 적극적으로 참여했기 때문이다. 과학관 전시의 특성 상 전시물 제작, 전시관 디자인 구성 등을 과학관과 전문 업체가 협력하여 추진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과학관 연구원들이 전시 세부 내용에 대한 연구와 발전에 적극적으로 참여함으로써, 연구원으로서의 역량을 개발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전시에 대한 자부심과 애착도 더 강하게 느낄 수 있다.
  

   결론적으로 국립대구과학관 기증품 특별전 ‘저울, 질량을 말하다’는 향후 법인과학관에서 기증품을 활용하여 특별전을 추진할 때 참고할 수 있는 하나의 유용한 사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과학의 역사와 철학을 활용한 전시 스토리 구성, 유관 박물관 및 전문가와의 협업, 개인별 전문성을 살린 과학관 연구원의 적극적인 참여 등은 향후 법인과학관 특별전 추진을 위한 핵심적인 요소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Ⅳ. 참고문헌

 

이종봉 지음, 『한국 도량형사』(소명출판사, 2016)
한국도량형박물관, 『도․량․형, 과학으로 백성의 삶을 헤아리다』(한국도량형박물관 출판부, 2013)
그레이엄 도널드 지음, 이재경 옮김, 『세상을 측정하는 위대한 단위들』(반니, 2017)
호시다 타다히코 지음, 허강 옮김, 『별걸 다 재는 단위 이야기』(어바웃어북, 2016)
로버트 크리스 지음, 노승영 옮김, 『측정의 역사』(에이도스, 2015)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발행, 『단위를 알면 세상이 보인다』
질량연구실, 『질량측정 전문교육』(한국표준과학연구원,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