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철학 연구 이야기

경상국립대학교 과학철학 강의

강형구 2022. 9. 14. 11:01

   나는 올해 9월부터 경상국립대학교 철학과 소속의 시간강사로서 강의를 하고 있다. 담당하는 과목은 3과목으로서, ‘비판적 사고’ 2과목과 ‘과학기술과 철학’ 1과목이다. 예전에 2017년부터 2019년까지 3년 동안(매년 봄 학기에) 대구과학고등학교(영재학교)에서 학생들에게 ‘과학철학’ 과목을 가르친 적이 있다. 2020년 가을에는 서울대학교 과학학과 대학원에서 실질적으로 ‘시간과 공간의 철학’ 수업을 진행했으나, 그때는 100% 화상강의로 진행했다. 대학에서 대면으로 가르치는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1주차 수업은 태풍 ‘힌남노’로 인해 화상강의로 진행했고, 2주차 수업인 어제(2022. 9. 13.)는 경상국립대학교 통영캠퍼스에 방문하여 해양과학대학 소속 학생들을 대상으로 수업을 진행했다. 오래간만에 진행하는 강의라 약간 긴장되기도 했지만 나름 즐겁게 진행한 것 같다.

 

   과학철학을 전공한 사람은, 특히 박사과정 수료 이상인 사람은, 기회가 되는 한 지속적으로 과학철학 강의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혼자서 공부하는 것은 주관적인 성격을 강하게 갖고 있다. 개인적인 만족 추구만을 위해서도 혼자서 공부할 수 있다. 그러나 박사과정에서 공부하는 사람은 개인적인 만족 추구를 넘어서는 수준의 연구를 하는 것이다. 어떤 분야를 계속 연구한 후, 그 연구의 성과를 우리 사회의 다른 구성원들과 나눌 필요가 있다. 그래서 강의, 논문 집필 및 게재 등은 연구자가 해야 하는 일종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그 연구자가 뛰어나든 뛰어나지 않든 관계없이 말이다. 나는 우리나라 과학철학 연구자의 한 사람으로서 내가 해야 하는 의무들을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강의를 교수의 신분으로 하는지 강사의 신분으로 하는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이와 관련하여 나는 강사법 개정이 매우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물론 박사학위를 받은 사람이 대학의 정식 교수가 되면 좋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정식 교수가 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런데 대학의 여러 수업 중 강사가 담당하는 수업이 교수가 담당하는 수업보다 많으면 많았지 못하지는 않지 않은가? 강사는 교수만큼이나 대학 교육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강사법 개정을 통해 최소한 3년이라는 시간 동안 강사의 신분이 보장된 점은 참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2~3개 정도의 대학에 강사로 출강하면 적어도 생계를 꾸려가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것이다. 다만 사립대의 경우 강사의 강의료를 국립대와 비교할 때 적게 책정하는 사례가 많다고 들었다. 이는 꼭 개선이 필요한 사항이다.

 

   내가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학술지에 논문 투고 및 게재를 시작했으니, 연구자로서는 아직 초보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기에 겸손한 태도와 자세를 유지하고자 한다. 중요한 것은 연구자로서 성실하게 활동하는 것이며, 나의 신분이 교수인지 강사인지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물론 나의 원래 소속 기관(국립대구과학관)이 있다는 것은 사실이며, 이 점은 나에게는 장점이자 단점이라고 생각한다. 원래 소속 기관이 있으면 신분이 안정적이라는 것은 사실이지만, 대학에서만 활동하는 것에 비해서 연구와 강의에 집중하지 못하게 된다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나는 나의 본질적인 정체성이 과학철학 연구자라고 생각하기에, 원래 소속 기관에서도 과학철학 연구자로서 업무를 할 것이다.

 

   나는 정체성과 전문성만큼 사회 구성원에게 중요한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개인은 사회를 이루는 구성원이며, 사회 구성원으로서 다른 구성원들이 제공하기 어려운 자신만의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애호가의 차원을 넘어 한 분야를 전문적인 수준으로 연구한다면, 당연히 그러한 연구 성과를 물질화 및 객관화시켜 다른 사회 구성원들에게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나는 교수가 되고 싶다는 욕망은 별로 없지만, 성실한 연구자로서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는 욕망은 마음에 단단히 품고 있다.